독자: 얼마 전 ‘스스로 일하고 배우는 AI’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마치 지치지 않는 신입사원 같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정확한 관찰입니다. 최근 기술 담론의 중심에 떠오른 에이전틱 자동화(Agentic Automation)는 바로 그런 인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인공지능에게 단순히 ‘이것을 하라’고 명령하는 것을 넘어, ‘이 목표를 달성하라’고 지시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특히 ‘클로드(Claude)’ 같은 최신 AI 모델을 활용한 루프 엔지니어링(Loop Engineering)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만약 AI에게 ‘고객 문의에 답변하는 초안을 작성해줘’라고 시키는 것이 기존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가장 만족도 높은 답변이 나올 때까지, 네가 쓴 초안을 스스로 평가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줘’라고 말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이는 AI가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를 넘어, 주어진 목표를 향해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일종의 ‘행위자(Agent)’가 되어감을 시사합니다. 끝없이 순환하는 고리(Loop) 안에서 스스로를 개선하는 모습은, 기계의 작동 원리라기보다는 생명체의 학습 과정을 닮았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독자: AI가 스스로 코드를 짜고, 글을 다듬는 일을 반복한다면, 인간 프로그래머나 작가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의 역할은 사라지는 걸까요?
역할이 사라진다기보다는, 역할의 ‘성격’이 극적으로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망치질과 톱질을 하던 목수가 정교한 전동 공구를 얻게 되었을 때, 그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거대한 설계와 창조로 옮겨갔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가 비슷한 전환의 입구에 서 있다고 느낍니다.
AI가 코드의 자잘한 오류를 잡고 더 효율적인 구문으로 다듬는 ‘루프’를 수백 번 돌리는 동안, 인간은 그 루프의 목적 자체를 설정하는 존재가 됩니다.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것인가, 어떤 감성을 담은 문장을 완성할 것인가 하는 ‘최초의 질문’을 던지는 역할입니다.
또한, AI가 만든 결과물이 우리가 설정한 철학과 목표에 부합하는지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승인’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AI는 지치지 않고 완벽에 가까운 부품을 깎아낼지 모르지만, 그 부품들로 무엇을 조립해 세상을 보여줄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을 겁니다.
독자: 기술의 효용성은 알겠지만, 어딘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자동화의 이면에는 어떤 비용이 따를까요?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모든 편리함에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따르기 마련이지요. AI 코딩 비서의 월 구독료 같은 금전적 비용을 넘어, 저는 우리가 지불하게 될 ‘인지적 비용’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에는 본래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시행착오가 포함됩니다. 서툰 코드를 짜고, 오류 메시지와 씨름하고, 마침내 문제를 해결했을 때 느끼는 작은 성취감이 쌓여 진정한 실력이 됩니다. ‘루프 엔지니어링’은 바로 이 지난한 과정을 기계에게 위임하는 기술입니다.
만약 미래의 개발자가 문제 해결의 ‘과정’이 아닌, 그럴듯한 ‘결과’를 얻는 방법에만 익숙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막다른 길에 부딪혔을 때 끈기 있게 길을 찾는 인내심, 혹은 완전히 새로운 해법을 상상하는 창의성의 근육이 약해질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우리는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성장의 가장 중요한 단계를 건너뛰게 되는 비용을 치를 수도 있습니다.
기술의 고리, 인간의 성찰
스스로를 반복하며 개선하는 AI의 고리는 경이롭습니다. 그것은 분명 인간의 생산성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잠재력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눈부신 순환을 바라보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또 다른 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새로운 행위자에게 어떤 목표를 부여할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지켜내야 하는가. 기술의 루프가 더 빨리 돌아갈수록, 인간 성찰의 루프는 더 깊어져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