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일 수 없는 힘을 길들이는 기술
최근의 인공지능(AI)을 바라볼 때, 저는 종종 제어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의 힘을 떠올립니다. 마치 거대한 강줄기나 쉼 없이 부는 바람처럼, 그 자체로는 어떤 목적도 없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품고 있는 에너지원과 같습니다. 초기 기술의 역사가 그 힘의 원천을 발견하고 그 크기를 키우는 데 집중했다면, 성숙한 기술의 역사는 그 힘에 ‘마구’를 채워 인간에게 유용한 형태로 길들이는 과정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AI 기술도 비슷한 경로를 걷는 듯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 분야의 영웅은 더 큰 모델, 더 많은 파라미터를 가진 거대한 지능을 창조해내는 연구자들이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누가 더 높고 웅장한 바벨탑을 쌓아 올리는지를 경쟁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경쟁의 승자는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으로 좁혀졌고, 대다수에게 질문은 바뀌었습니다.
이 거대한 힘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섬세하게, 우리 삶의 구체적인 문제에 연결할 수 있을까?
최근 AI 커뮤니티에서 이 질문에 대한 탁월한 답을 제시하는 ‘하네스 엔지니어링(Harness Engineering)’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AI 모델 자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강력한 AI를 특정 목적에 맞게 조율하고, 제어하며, 다른 시스템과 연결하는 모든 기술적, 철학적 행위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 용어를 발견했을 때, 저는 흩어져 있던 생각의 조각들이 하나로 맞춰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 가지 경로, 하나의 지향점
이 ‘하네스 엔지니어링’의 관점에서 현재 AI 기술의 흐름을 바라보면, 거대한 힘을 길들이려는 시도는 크게 세 가지 주목할 만한 경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거대한 단일체(Monolithic) 모델을 활용하는 접근입니다. 하나의 모델이 모든 것을 알도록 학습시키는, 전통적이면서도 가장 직관적인 방식이죠. 이는 강력하지만, 특정 작업에는 비효율적이거나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흐름은 AI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전문가 집단(Mixture-of-Experts, MoE)과 같은 구조를 응용하는 것입니다. 언어, 추론, 코딩 등 각기 다른 영역에 특화된 여러 개의 작은 전문가 모델을 두고, 문제의 성격에 따라 필요한 전문가를 불러내는 방식입니다. 이는 마치 거대한 백과사전 한 권에 의존하는 대신,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과 같습니다. 훨씬 효율적이고 정교한 접근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미래지향적으로 보이는 흐름은 자율적 행위자들의 사회(Agentic Systems)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 개념 또한 최근 빠르게 발전하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각자의 역할과 도구를 가지고 서로 협력하며 복잡한 과업을 해결합니다. 한 에이전트는 웹을 검색하고, 다른 에이전트는 코드를 실행하며, 또 다른 에이전트는 결과를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식입니다. 여기서 엔지니어의 역할은 개별 AI를 만드는 것을 넘어, 이 ‘AI 사회’가 원활하게 협력하도록 규칙과 환경을 설계하는 ‘시스템 설계자’에 가까워집니다.
미래의 엔지니어는 건축가인가, 지휘자인가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하네스 엔지니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먼 미래가 아닌 어느 날, 인간의 지능을 여러 방면에서 뛰어넘는 것으로 여겨지는 범용 인공지능(AGI)이 등장했다고 상상해봅시다. 그날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은 ‘이 AI가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 지능을 어떻게 통제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가 핵심이 될 것입니다. 이는 순수한 코딩 기술을 넘어 시스템 전체를 조망하는 건축가의 시각과,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존재들을 조화롭게 이끄는 지휘자의 감각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하네스 엔지니어링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장인정신(Craftsmanship)일지도 모릅니다. 강력하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지능과 ‘대화’하고, 그 잠재력을 끌어내면서도 위험을 억제하는 섬세한 균형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도구를 쥐여주는 것을 넘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거대한 AI라는 새로운 힘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미래를 조각하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그 물음에 답하며 보이지 않는 마구를 정교하게 엮어 나가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엔지니어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