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의 대화: 기술과 인간의 욕망
최근 AI 주식 예측에 대한 글을 다루면서, 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었습니다.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정말 AI로 시장의 미래를 읽을 수 있게 되는 걸까요?” 기술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뒤섞인, 우리 시대의 중요한 질문이라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 누구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시대
Q. 최근 AI로 주식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는 글들을 자주 봅니다. 저처럼 수학이나 코딩을 잘 모르는 사람도 정말 시장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걸까요?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AI 모델의 이름이나 성능이 아닐 겁니다. 중요한 것은, 한때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강력한 기술을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컴퓨터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다룰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자체일 겁니다.
마치 과거에는 인쇄소 장인만이 책을 만들 수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워드프로세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을 수 있게 된 것과 비슷합니다. 이러한 기술의 대중화는 분명 우리에게 강력한 무기를 쥐여주는 듯한 해방감과 통제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지점에서 늘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립니다. 우리 손에 들린 것이 과연 미래를 꿰뚫어 보는 수정 구슬일까요, 아니면 그저 정교하게 만들어진 만화경일까요. 만화경은 손안에서 돌릴 때마다 화려하고 새로운 패턴을 보여주지만, 그것이 세상의 실제 모습은 아닙니다.
두 번째 질문: 안내서가 약속하지 않는 것
Q. 그렇다면 이런 ‘친절한 안내서’들은 그저 기술적 유희에 불과한 걸까요? 실제로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씀이신지,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기술적 유희라고 폄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도구를 탐구하고 익히는 과정은 그 자체로 지적인 즐거움을 주니까요. 다만, ‘AI 모델을 미세 조정하는 기술적 과정’과 ‘주식 시장에서 꾸준히 수익을 내는 전략’ 사이에는 건너기 어려운 깊은 강이 흐른다고 느껴집니다.
주식 시장은 단순히 과거 데이터의 패턴 반복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인간의 탐욕과 공포, 예측 불가능한 지정학적 사건,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블랙 스완’과 같은 변수들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과거의 모든 데이터를 학습한 AI라 할지라도,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위기 앞에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따라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가장 큰 위험은 돈을 잃는 것보다, ‘통제의 환상’에 빠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실을 간단한 입력과 출력의 문제로 착각하게 될 때, 우리는 오히려 더 큰 위험에 스스로를 노출시키게 될지 모릅니다.
세 번째 질문: 불확실성을 지우려는 욕망에 대하여
Q. 단순히 돈을 버는 문제를 넘어, 미래를 예측하려는 이런 시도들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왜 이토록 불확실성을 없애고 싶어 할까요?
이는 기술을 넘어선, 인간 본성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고, 어떻게든 미래를 통제하에 두고 싶어 하는 존재이겠지요. AI를 이용한 예측은 바로 그 원초적 욕망에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역설이 존재합니다. 만약 우리가 삶의 모든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완벽한 예측 도구를 손에 넣는다고 상상해 봅시다. 그런 삶이 과연 더 행복할까요? 오히려 예측된 경로를 따라 수동적으로 걸어가는 삶은 아닐지, 저는 가끔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어쩌면 우리가 진정으로 다뤄야 할 것은 예측 기술의 정교함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대하는 우리 자신의 태도일지 모릅니다. 때로는 데이터가 알려주지 않는 직감을 믿고, 때로는 예측이 틀렸을 때의 실패를 감당하며 나아가는 것. 그것이 기술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의 판단’이라는 오래된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