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만유기 일 년 팔 개월 간의 나의 생활은 이러하얏다. 단발을 하고 양복을 입고 빵이나 차를 먹고 침대에서 자고 스켓치 빡스를 들고 연구소를 다니고 책상에서 불란서 말 단자(單字)를 외우고 때로난 사랑의 꿈도 뀌여 보고 장차 그림 대가가 될 공상도 해보앗다. ~ 실상 조선 여성으로서는 누리지 못할 경제상으로나 기분상 아모 장애되난 일이 하나도 업섯다.” 조선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1896-1947)의 구미 만유기의 한 부분. 1927년 유럽과 미국 시찰을 가게 된 남편을 따라 여행길에 올라 경성역에서 대륙횡단열차를 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