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최근 OpenAI의 인공지능이 양-밀스 존재성 증명과 같은 인류 최대의 수학 난제들을 해결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기술과 인간의 삶을 성찰하는 칼럼니스트로서 이 사건을 어떻게 보시나요? 단순한 기술의 진보로 보기에는 무게감이 다른 것 같습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그 소식을 저 역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직은 ‘주장’의 단계이고, 저명한 학자들이 공개적이고 독립적인 검증을 진행 중이라고 하죠.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는 신중한 분위기입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감정은 단순한 놀라움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차라리 하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서늘한 예감에 가까웠습니다. 마치 인류가 수 세기 동안 오르려 했던 거대한 산의 정상을, 우리가 만든 기계가 홀연히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가 깃발을 꽂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카케야 추측, 지수 시간 가설, 그리고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인 양-밀스 이론. 이 이름들은 단순한 수학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 지성의 한계선이자 가장 빛나는 탐구의 상징이었습니다. 수많은 천재들이 일생을 바쳐 그 벽에 작은 흠집을 내고자 애썼던, 지성의 성역과도 같은 곳이었죠.

Q. 기계가 증명하든 인간이 증명하든, 진리가 밝혀지는 것은 좋은 일 아닌가요? ‘누가’ 풀었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요?

바로 그 지점이 이 사건의 핵심을 관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에서의 ‘증명’이란 단순히 참과 거짓을 가르는 기계적 절차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증명은 한 인간의 직관과 통찰이 논리라는 언어로 직조해낸 한 편의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는 어떤 증명을 두고 ‘아름답다’ 혹은 ‘우아하다’고 표현합니다. 이는 그 논리의 흐름 속에서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지적 희열과 깨달음의 서사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증명은 정답을 찾는 행위인 동시에, 그 길을 가는 과정을 이해하고 타인에게 전달하는 소통의 행위였던 셈입니다.

만약 인공지능의 증명이, 인간의 이해 범위를 초월하는 방대한 계산과 패턴의 나열이라면 어떨까요? 컴퓨터가 검증하여 ‘참’이라고 보증은 하지만, 어떤 인간도 그 전체적인 논리를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없는 증명. 우리는 그것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증명과 AI의 증명, 그 본질적 차이

인간의 증명이 ‘이해와 소통’을 향한 여정이었다면, AI의 증명은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합니다. 인간의 증명은 직관의 번뜩임과 논리적 비약, 때로는 우연한 발견을 통해 하나의 서사로 완성되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그 과정을 따라가며 지적 희열을 느끼고, 다른 이들과 깨달음을 공유하죠. 이는 마치 함께 땀 흘리며 정상에 오르는 등산과 같습니다. 그 과정 전체가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반면, AI가 제시할 증명은 철저히 ‘결과’ 중심적일 수 있습니다. 인간의 이해 범위를 넘어선 방대한 패턴 분석을 통해, 상상조차 못 한 경로로 답을 찾아내는 것이죠. 그 결과는 기계적으로는 ‘참’임이 보증되지만, 우리에게는 그저 정상에서 보내온 한 장의 사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과정의 서사가 생략된 채 도달한, 아름답지만 온전히 공감하기는 어려운 ‘결과값’ 말입니다. 여기서 ‘이해’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시작됩니다.

Q.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지식의 관객으로 전락하게 되는 걸까요? AI가 탐험하고, 인간은 그저 결과를 통보받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것이 제가 느끼는 불안감의 정체입니다. 지적 탐구의 주체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느낌. 마치 우리가 만든 탐사선이 명왕성의 사진을 보내왔을 때와 비슷합니다. 우리는 그 존재를 알지만, 그곳의 추위와 바람을 직접 느낄 수는 없죠.

물론 이것이 비관적인 결말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쩌면 인간의 역할이 위대한 질문을 던지는 자로 바뀔지도 모릅니다. AI라는 강력한 탐험가에게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항해사처럼 말입니다. 증명을 창조하는 대신, 기계가 가져온 수많은 결과물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큐레이터’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사건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지식의 목적은 무엇인가? 단지 정답을 소유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 답을 찾아가는 인간적인 여정 그 자체에 가치가 있는 것인가. OpenAI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할 겁니다.

아직은 누구도 섣불리 단정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숨죽여 검증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죠. 그것은 단지 수학적 진리의 확인이 아니라, 어쩌면 인간 지성의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가늠하는 첫 번째 신호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날 밤, 평소와 다른 무게를 지닌 별들을 보게 될 것만 같습니다.